아파트를 고를 때 마음이 끌리는 집이랑 나중에 잘 팔리는 집이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현실에선 그게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드물다.
울산 중구에 있는 번영로 센트리지를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이 두 가지 기준이 서로 엇갈릴 때 사람이 얼마나 흔들리는지 실감하게 된다.
번영로 센트리지는 울산광역시 중구 복산동 일대를 통째로 재개발해서 만든 2,625세대짜리 대단지 아파트다.
단지가 무려 다섯 개로 나뉘어 있고, 서덕출공원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선 구조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효성중공업, 진흥기업 이렇게 네 개 건설사가 손을 맞잡고 지었는데, 브랜드 이름 대신 번영로 센트리지라는 통합 이름을 붙였다.
2023년 9월에 입주가 시작됐으니 아직 연식이 얼마 되지 않은 신축이다.
그런데 같은 단지 이름을 달고 있어도 단지마다 체감이 꽤 다르다. 특히 1단지와 5단지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5단지는 왜 인기가 많을까?
5단지는 이 단지들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손꼽는 곳이다. 상권이 가깝고, 단지 안에 수영장이 있고, 어린이집도 있다.
거래도 다른 단지에 비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실제로 비과세 기간이 풀린 이후에도 5단지의 거래량이 다른 단지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30평대 규모에 커뮤니티 시설까지 갖추고 있으니 실거주 만족도도 높다.
요약하자면, 5단지는 살기도 편하고 나중에 팔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한 단지라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1단지의 매력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1단지도 매력이 없는 건 아니다. 모든 세대가 남향이나 남동향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햇볕이 잘 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스트레스가 적은 구조다.
서덕출공원이 바로 앞에 있어서 공원 뷰를 즐길 수 있는 동도 있고, 34평이라는 넓은 면적을 5단지 30평보다 천만 원 정도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가성비도 무시하기 어렵다.
단지 규모가 작아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있고, 2단지와 5단지 사이 중간 지점에 있어서 도보로 이동하는 것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101동 앞에 학원가와 주차장이 생기고, 주차 환경도 4단지 다음으로 여유롭다는 점도 눈에 띈다.
문제는 단점이 꽤 명확하다는 것이다.
상권이 거의 없고, 단지 안에 어린이집이 없다. 아이를 키울 계획이 있는 가정이라면 이 부분이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다.
인근 단지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다른 단지 어린이집에 입소하는 건 가산점이 없어서 쉽지 않다는 현실도 있다.

거래량 문제도 빠지지 않는 이야기다. 1단지는 세대수가 적고 비선호 단지라는 인식 때문에 거래 건수 자체가 많지 않다.
이사를 한 번 더 할 계획이 있거나, 일정 시점에 매도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 점이 꽤 큰 변수가 된다.
나중에 내가 하는 고민을 다음 매수자도 똑같이 하게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비선호 단지는 매도할 때 제값 받기가 어렵다는 걸 감수해야 한다.
결국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의 문제다.
이 고민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결국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실거주 만족감, 즉 매일 집에 들어올 때 느끼는 아늑함이나 공간의 여유를 중심에 두면 1단지 34평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면 향후 유동성, 즉 언제든 원하는 가격에 무리 없이 팔 수 있는 능력을 중심에 두면 5단지가 훨씬 안정적인 선택이다.

아파트 매매를 단순히 사는 것으로 끝내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몇 년 뒤에 이사를 계획하거나, 자산 이동을 염두에 두고 산다. 그 시점에 매수자가 나를 보는 눈은 지금 내가 고민하는 시선과 다르지 않다.
내가 1단지의 단점 때문에 망설였다면, 미래의 매수자도 같은 이유로 망설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장기 실거주를 전제로 하고 가격 차이가 크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싸게 사서 싸게 파는 전략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다만 그 전략이 성립하려면 처음부터 그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들어가야 한다.
번영로 센트리지를 두고 이런 고민이 생긴다면, 그건 사실 좋은 신호일 수도 있다.
선택지가 여럿이고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하다는 뜻이니까. 다만 그 고민의 답은 결국 내가 이 집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마다 가치를 두는 기준이 상이한만큼 참고만 하고, 투자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