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한때는 국민연금 그거 나중에 고갈돼서 못 받는다더라!하는 소리에 귀가 팔랑거렸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젊었을 때는 당장 나가는 돈이 아까워 몇 번 내다가 말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50대 후반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덜컥 겁이 나더군요.
최근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의 사연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고민을 깊이 파고들다 보니,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국민연금의 진짜 가치가 보이더군요.
1,100만 원 내고 월 33만 원… 손해 아닌가요?
사연의 주인공은 50대 후반 여성분입니다. 그동안 안 냈던 연금을 되살리기 위해 추후납부(추납)로 약 1,100만 원을 한 번에 내고, 65세까지 꾸준히 납입하면 월 33만 원 정도를 평생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언뜻 보면 겨우 33만 원?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1,100만 원이라는 목돈이 들어가는데 말이죠. 하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관점을 살짝 바꾸니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금 은행 금리로 따져봅시다. 매달 33만 원의 이자를 받으려면 은행에 얼마를 넣어둬야 할까요?
금리를 넉넉하게 잡아도 약 1억 원 이상의 현금을 예치해야 세금 떼고 겨우 30만 원 정도를 쥘 수 있습니다. 즉, 국민연금에 넣는 1,100만 원(물론 65세까지 추가 납입분이 있겠지만)은 사실상 1억 원짜리 정기예금 통장을 헐값에 사는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은행 이자는 금리가 떨어지면 줄어들지만, 국민연금은 죽을 때까지 확정적으로 나오죠.
이렇게 보니 의미 없다고 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많이 내는 게 좋을까? 길게 내는 게 좋을까?
여기서 많은 분들이 실수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기왕 하는 거 월 납입금을 두 배로 늘려서 많이 받자!라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국민연금에는 놀라운 가성비 구간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월 납입액을 두 배로 늘려도, 나중에 받는 연금액은 겨우 3~4만 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국민연금은 소득 재분배 성격이 있어서, 적게 내는 사람에게 수익비가 더 후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재테크 고수들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금액을 늘리지 말고, 기간을 늘려라.”
월 9만 원(최저 수준)으로 납입 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추납을 할 때도 무리해서 고액을 내기보다, 최저 금액으로 기간을 인정받고 남은 돈으로 다른 투자를 하거나 노후 자금으로 굴리는 게 훨씬 현명한 전략인 셈이죠.
물가 상승을 이기는 유일한 방패
개인연금이나 은행 예금은 10년, 20년 뒤 물가가 오르면 그 가치가 똥값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줍니다.
지금의 33만 원이 10년 뒤에는 40만 원, 50만 원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1,100만 원으로 작은 오피스텔을 사서 월세를 받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공실 걱정 없고, 세금 걱정 없고, 심지어 매년 월세를 올려주는 착한 세입자(국가)가 있는 셈입니다.
물론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돈을 잘 벌면 연금이 깎인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죠?
하지만 이건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이 꽤 높을 때(월 소득 약 410만 원 이상 등)의 이야기입니다. 은퇴 후 소일거리 정도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만약 소득이 많다면 연기연금 제도를 활용하면 됩니다.
연금 수령을 1년 늦출 때마다 연금액이 7.2%씩 늘어나서, 최대 5년을 늦추면 36%나 더 받을 수 있습니다.
건강에 자신 있고 소득이 있다면 오히려 기회가 되는 거죠.

고민할 시간에 시작하는 게 정답 남들보다 늦었는데 괜찮을까? 네, 괜찮습니다. 50대 후반이라면 연금을 받을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에, 납입한 원금을 회수하는 기간이 그만큼 짧습니다.
빠르면 4~5년 만에 본전을 뽑고 평생 이득을 보는 구조니까요. 국민연금 없는 노후는 앙꼬 없는 찐빵과 같습니다.
큰 욕심부리지 말고, 월 9만 원, 최장 기간이라는 가성비 전략으로 접근한다면, 국민연금은 우리 노후를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효자가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공단에 전화해서 내 예상 연금액을 확인해 보세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