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관리에 대해 정말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 어쩌면 많은 분이 한 번쯤 상상해 봤을 법한 행복한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0년 전 부모님께 증여받은 분당 아파트가 있는데 그 사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무려 10억이 올랐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죠.
이제 결혼을 준비하면서 이 ‘거대한 자산’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된 겁니다. 그의 계획은 이 아파트를 매도하고, 부모님께 일부 드리고 세금 등을 제외한 약 8~1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연금저축, ISA, 일반 계좌에 나눠 담아 S&P 500, SCHD(미국 배당성장 ETF), 나스닥 100 같은 우량 ETF에 20년 이상 초장기 투자를 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죠.
주식 장기투자의 유혹
솔직히 계획만 들으면 정말 그럴듯합니다. 요즘 유튜브나 재테크 서적을 보면 하나같이 미국 지수 추종 ETF에 장기 투자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니까요.
지난 30년간 나스닥 지수가 23배 올랐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부동산 상승률보다 더 높을 수도 있죠. 글쓴이 역시 이런 점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부동산은 규제도 심하고 거래도 줄어드는 것 같아 차라리 유동성 좋고 꾸준히 우상향한 미국 주식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직접 번 돈이 아니기에 이 큰돈을 투자하는 것이 두렵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카페의 수많은 인생 선배들이 그야말로 폭풍 같은 현실 조언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3가지 이유
이론과 현실의 괴리
당신은 20년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가? 가장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사람들은 지수 투자는 우상향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정작 돈을 버는 사람은 소수라고 했습니다.
왜일까요? 이론과 달리, 현실의 우리는 진정한 장기투자를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결혼, 출산, 이직, 질병 등 수많은 인생의 변수가 생깁니다. 돈이 필요한 순간은 꼭 찾아오고, 그때가 하필 주가 고점이 아닐 수도 있죠.
당장 주변만 봐도 10년 이상 한 주식을 꾸준히 들고 가는 사람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겁니다. 유튜브에서 장기투자를 외치는 이들은, 어쩌면 투자 수익이 아니라 유튜브 콘텐츠로 돈을 버는 사람들일 수 있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었습니다.
심리적 안정감
워런 버핏 같은 투자의 대가들도 집(자가)이 먼저라고 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집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야말로 주식 투자를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는 것이죠.
만약 내 집이 없는 상태에서 전 재산을 주식에 넣었다고 상상해 보세요. 시장이 30% 폭락하면 내 전세금, 내 보금자리가 날아간다는 불안감에 절대 버티지 못하고 손절하게 될 겁니다.
즉, 분당 아파트는 팔아서 주식에 넣을 돈이 아니라, 주식 투자를 마음 편히 할 수 있게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이자 안전자산인 셈입니다.
자산의 본질
부동산은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가장 강력한 현물 자산 중 하나입니다. 붕어빵 가격이 50원에서 2,000원이 되는 동안, 분당의 땅 가치도 함께 오른 것이죠.
누군가는 이 상황을 왕방울 다이아몬드를 왜 굳이 쥐똥만 한 걸로 쪼개려 하느냐고 비유합니다. 부모님이 10년 전 그 집을 사주신 것은, 자식이 집 때문에 고생하지 말고 안정적인 출발을 하라는 깊은 뜻이었을 겁니다. 그 안정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스스로 내던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 좋은 자산을 깔고 앉아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까요?
분당 집은 절대 건드리지 말고 지금 버는 근로소득(월급)으로 투자 공부를 시작하라는 겁니다. 비록 월급이 적어 소액일지라도 그 돈으로 연금저축과 ISA 계좌를 운영하며 S&P 500이든 나스닥이든 적립식으로 모아가는 것이죠.
이미 자가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으니, 월급 투자는 훨씬 공격적이고 꾸준하게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꼭 매도를 해야겠다면 주식 시장으로 떠날 게 아니라 더 좋은 부동산으로 갈아타라는 의견입니다. 즉, 분당 집을 발판 삼아 대출을 활용해 더 상급지(예: 서울 핵심지)로 이동하는 전략이죠.
물론 대출이 무서울 수 있지만 30년 만기 대출을 30년 내내 갚는 게 아니라, 3~5년 뒤 집값 상승분을 활용해 상환하고 다시 갈아타는 것이 부동산 투자의 정석이라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당장 결혼 후 분당 집에 실거주하지 않는다면 그 집을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세로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왕방울 다이아 원본은 지키면서, 거기서 나오는 이자로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10억이 넘는 아파트를 팔아 10억 현금을 손에 쥔다는 상상은 짜릿합니다. 하지만 그 돈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돈일까요?

부모님이 물려주신 것은 돈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귀한 안정적인 주거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그 안정감을 섣불리 위험과 맞바꾸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투자의 귀재도 집부터 팔아서 투자하지는 않을 거라는 말, 자가라는 든든한 베이스캠프가 있어야 금융 투자라는 원정도 떠날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