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건설 경기에 좌우되던 단순 제조업의 이미지를 벗고 대한전선은 전 지구적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전 세계는 지금 에너지 전환, 인공지능(AI) 혁명, 그리고 노후 인프라 교체라는 세 가지 거대한 물결이 합쳐지며 만들어내는 전력망 슈퍼사이클의 초입에 있습니다.
이는 일시적 호황이 아닌 수십 년간 지속될 구조적 성장의 서막을 의미합니다. 친환경 에너지를 대륙과 국가로 실어 나르고 AI 데이터센터의 혈맥이 되며 낡은 도시의 생명선을 교체하는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케이블은 더 이상 수동적인 부품이 아닌 미래를 구축하는 핵심 기술 인프라로 그 위상이 격상되었습니다.
세 가지 동력
첫째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전력망의 근본적인 확장을 요구합니다. 태양광, 해상풍력 등 지리적으로 흩어져 있는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과거보다 훨씬 촘촘하고 긴 송배전망이 필수적입니다.
둘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 현대화 수요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미국 송배전망의 70%는 건설된 지 25년이 넘어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며 이는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거대한 교체 수요를 창출합니다.
마지막으로 AI와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며 전력 수요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거대한 동력은 서로 맞물려 전선 산업에 전례 없는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전략적 변신
회사는 수익성이 낮은 범용 제품 시장에서 벗어나 초고압(EHV) 및 해저케이블과 같은 높은 기술 장벽과 수익성이 보장되는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의 핵심 무기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입니다. 특히 현존 최고 등급 송전 기술인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개발 성공은 대한전선을 소수의 글로벌 기술 선도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상징적인 성과입니다.

HVDC 기술은 국가 간 전력망을 잇는 슈퍼 그리드의 핵심으로 극소수 기업만이 진입 가능한 과점 시장입니다.
이는 거대 경쟁사들과 규모로 경쟁하는 대신, 가장 어렵고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솔루션 파트너로서 독보적인 해자를 구축했음을 의미합니다.
안정성
대한전선의 성공적인 체질 개선은 더 이상 비전이 아닌 구체적인 숫자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2024년 신규 수주액은 3조 7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쌓여있는 수주잔고는 2조 8천억 원을 넘어서며 향후 몇 년간의 안정적인 실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재무구조의 극적인 개선으로 이어졌습니다. 한때 회사를 짓눌렀던 차입금은 2025년 초 실질적 무차입 경영 상태로 전환되었고 신용평가사들은 이례적으로 등급 전망 조정 단계를 생략하고 신용등급을 상향하며 회사의 안정성과 성장성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냈습니다.
이는 미래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낮은 리스크로 집행할 수 있는 강력한 체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합니다.
두 개의 성장 엔진
미래 성장 스토리는 해저케이블과 북미 시장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엔진이 이끌고 있습니다.
회사는 조 단위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충남 당진에 해저케이블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최근 1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자마자 1,000억 원 규모의 영광낙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생산 능력을 증명했고 곧이어 최고 사양의 HVDC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2공장 건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의 핵심 공급자로 도약하겠다는 선언입니다. 동시에 가장 까다로운 시장인 북미에서는 단순 제품 공급을 넘어 전력망 설계부터 시공까지 책임지는 고난도 풀 턴키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며 기술력과 신뢰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뉴욕 반도체 공장 전력망 구축, 플로리다 노후 전력망 교체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는 대한전선이 단순 제조업체를 넘어 글로벌 솔루션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잠재적 리스크와 경쟁 구도
물론 성장 가도에 잠재적 위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 원자재인 구리 가격 변동성은 전통적인 리스크지만 대한전선은 원가 변동을 판가에 연동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통해 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역시 존재하지만 현재의 전력망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구조적 수요라는 점에서 과거보다 경기 민감도가 낮습니다.
경쟁 구도를 보면 국내외에 LS전선, 프리즈미안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포진해있습니다. 하지만 대한전선은 규모의 경쟁 대신, 턴키 솔루션과 HVDC 같은 초고압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한 비대칭 전략을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한전선은 이제 구리 가격에 울고 웃던 과거의 제조업체가 아닙니다.
전력망 혁명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의 중심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검증된 실행 능력, 그리고 탄탄한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고성장 기술 솔루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회사의 가치는 이제 해저케이블과 HVDC라는 미래 성장 동력이 창출할 막대한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재평가되어야 합니다.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며,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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