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60대 초반에 퇴직한 한 남성의 진솔한 경험담이었습니다.
그는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 있었지만 막상 꿈에 그리던 완전한 은퇴, 즉 경제 활동을 완전히 접는 생활은 예상과 너무나도 달랐다고 고백합니다.
결국 그는 다시 작은 회사에 취업해 2년째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단순히 한 개인의 푸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 마주한 4가지 예상 밖의 난관
은퇴 후 경제 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로 네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꼽았습니다. 이는 비단 그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은퇴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심리적, 사회적 장벽이었습니다.
1, 함께할 친구가 없다!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관계의 공백이었습니다. 주변 동료나 친구들은 대부분 다시 일을 시작하는 추세라 낮 시간에 어울릴 사람이 없습니다. 취미로 테니스 모임에 나갔지만, 65~75세가 주축인 모임에서 60대 초반인 그는 애송이 취급을 받으며 쉽게 섞이지 못했습니다.
평생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형성된 관계가 사라지자,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큰 숙제로 다가온 것입니다.
2, 시간을 보내기가 어렵다.
젊었을 때 즐겼던 기타나 당구 같은 취미도 다시 시작해보았지만 예전 같은 감흥이 없었고 금방 싫증이 났습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뭔가를 해야 하는데 참 어렵습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심심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십 년간 의무와 책임감으로 채워졌던 일과가 사라지자, 하루라는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채워야 하는 자유가 오히려 버겁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3, 사라진 직함, 잃어버린 정체성
수십 년간 과장님, 본부장님으로 불리다 갑자기 이씨, 아저씨로 불리는 현실은 생각보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빨리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렵다고 고백했습니다. 심지어 함께 퇴사한 동료는 명함 하나를 갖기 위해 무리하게 업체에 투자했다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직함이 단순한 호칭을 넘어 한 사람의 사회적 정체성과 자존감에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4, 보이지 않는 사회적 시선
자녀를 결혼시키는 주변 친구들을 보니, 사돈댁에서 은퇴 후 직업이 없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분위기를 감지했다고 합니다.

자식 결혼 때 무직 뭐 이러면 안 될 것 같다는 배우자의 말에 작은 회사라도 계속 다니고 있다고 공감했습니다. 이는 은퇴가 개인의 선택을 넘어, 가족과 사회의 기대라는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임을 시사합니다.
마침이 아닌 브릿지
관통하는 핵심은 60대는 완전한 은퇴를 하기엔 너무 젊다는 공감대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65세, 심지어 노령연금이 나올 때까지는 소일거리라도 하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고 입을 모읍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다시 일을 하는 이유가 단지 경제적 필요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규칙적인 생활, 시간을 보내고 몸을 움직이기 위해 등 비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재취업 사례는 주목할 만합니다. 그는 보수가 50% 이상 낮아졌지만 입찰서 및 제안서 작성, 기술 지원 등 젊은 사람들이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경력과 경험치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은퇴 후의 일이 과거 경력의 단순 반복이나 하향 지원이 아니라, 자신의 핵심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는 브릿지 잡(Bridge Job)의 성격을 띤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의 협력과 지원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윈-윈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진짜 은퇴 준비는
결론적으로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은퇴 준비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요구합니다. 재무적 준비는 기본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건강, 재무, 여가를 은퇴자의 3대 요소로 꼽으며, 이 중 여가, 즉 무엇을 하고 지낼 것인가가 가장 어려운 숙제라고 말한 것처럼 말입니다.
은퇴 후 갑자기 잘 놀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젊을 때부터 일만 할 것이 아니라 꾸준히 여행을 다니고 취미를 만들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결국 성공적인 은퇴란 모든 경제 활동을 멈추고 무위도식하는 상태가 아니라, 수십 년간의 직장 생활과는 다른 호흡으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는 과정입니다.
때로는 작은 일을 통해 사회와 연결되고 새로운 취미를 통해 가슴 뛰는 설렘을 찾으며 나만의 시간 속에서 온전한 평화를 누리는 것, 이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하고 즐길 줄 아는 자만이 누리는 특권,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말하는 진짜 은퇴 생활일 것입니다.
[다른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