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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 이유, 그 복잡한 이유들

요즘 달러 환율을 볼 때마다 생각이 많아집니다. 1300원대로 내려오면 환전해야지 마음먹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00원 넘게 훌쩍 뛰어올라 버렸네요.

그런데 이렇게 환율이 급등하는데도 매스컴은 의외로 잠잠한 것 같아 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환율이 계속 오르는 걸까요?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달러를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시장에 달러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우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고 그 돈을 달러로 바꿔서 밖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죠. 여기에 더해, 저를 포함한 많은 분이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 열풍도 달러 수요를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식 시장에 실망한 약 1조 달러가량의 자금이 미국 시장으로 향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결국 외국인은 달러로 바꿔 나가고, 내국인은 달러로 바꿔서 투자하니, 달러 수요는 높은데 공급은 줄어드는 반면, 원화는 수요는 낮은데 공급만 많은 상황이 된 것입니다.

원화 가치의 하락

그렇다면 왜 이렇게 원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는 걸까요? 여기에는 국내 정책적 요인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포퓰리즘 정책이나 소비 쿠폰 지급처럼 재정을 확대해 돈을 푸는 정책들이 원화 공급을 늘려 화폐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2026년 예산안이 기존 2~3% 수준보다 훨씬 높은 8.1%나 증액 발행되기로 한 점도 이런 우려를 더합니다.

더 무서운 것은 기대 심리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돈을 풀 것이라는 예측(예를 들어 25만 원 지원금 같은 ) 때문에 사람들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코스피가 4천을 넘는 등 주식 시장이 좋아 보이는데도 환율이 오르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도 사실은 사람들이 현금(원화)을 들고 있으면 가치가 하락하니 뒤늦게라도 고점의 주식이라도 사려고 몰려들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베네수엘라나 터키도 경제가 무너지기 직전 주가는 폭등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분도 있었죠.)

글로벌 요인

물론 모든 원인을 국내에서만 찾을 수는 없습니다. 미국 쪽 요인도 큽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내에 연준과의 갈등, 채권 문제, 관세, 셧다운, 심지어 주방위군 투입 같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오히려 안전자산인 달러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금값이 오르는 것과 비슷한 심리죠. 외국인들은 이런 복합적인 상황을 보고 한국 시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주식뿐만 아니라, 올해 8월 이후 약 20조 원 이상의 한국 국채를 팔고 달러로 바꿔 떠났다고 합니다. 그들은 한국의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미국과의 관세 협약으로 매년 200억 달러씩, 총 2000억 달러가 필요하게 되면 달러 부족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외환보유고 4000억 달러 중 실제 사용 가능한 달러는 300억 수준이라는 충격적인 지적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지금의 환율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력(펀더멘털)이 약해진 신호일 수 있다는 우려가 듭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프레임을 떠나서, 진실을 말하려는 목소리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결국 해법은 신뢰 회복에 있는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와서 주식이든 뭐든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인하고, 상법 개정이나 자사주 소각 같은 주주 친화 정책을 통해 서학개미들이 다시 국내 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신뢰를 줘야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코스피 5000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죠. 환율이 오른다는 것 단순히 해외여행 가기 비싸졌다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외 투자자들의 심리와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복잡한 신호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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