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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하며 유튜브 보는 게 죄인가요? 식당 안내문 논란

어느 식당 유리창에 붙은 안내문이었는데요. 내용은 꽤나 직설적이었습니다.

“혼밥 시 유튜브 시청 금지 매장 운영에 상당한 차질로 유튜브 시청을 삼가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라는 문구였죠.

저 역시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이 많은 프로 혼밥러로서, 그리고 자영업자분들의 고충을 이해하려는 한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혼자 밥을 먹을 때 스마트폰은 최고의 밥친구입니다. 어색한 시선을 피할 수 있고, 좋아하는 영상을 보며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식당에서 이를 금지한다니, 섭섭함을 넘어 야박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요즘 같은 1인 가구 시대에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거나 심지어 외로움은 팔지 않는다니, 혼자 오지 말라는 뜻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반응도 있었죠.

특히 타지에 갔다가 모든 식당이 2인분 이상만 주문 가능해 결국 늦은 오후에 중국집에서 끼니를 때웠다는 한 여행객의 경험담은, 아직 우리 사회가 늘어나는 1인 가구를 맞이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밥 한 끼 내 돈 내고 먹겠다는데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 참 씁쓸하지 않나요?

사장님은 왜 유튜브를 지목했을까?

하지만 시선을 돌려 식당 사장님의 입장도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유튜브가 싫어서가 아닐 겁니다.

핵심은 테이블 회전율입니다.

우리나라 식당들은 여전히 4인용 테이블이 주를 이룹니다. 점심 피크타임에 혼자 온 손님이 4인석을 차지하고 식사가 끝났음에도 이어폰을 꽂고 영상을 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어떨까요?

밖에는 3~4명 단위의 손님들이 기다리다 발길을 돌립니다.

반찬 가짓수가 많거나 단가가 낮은 백반집이라면, 혼자 온 손님에게 2~3인분의 테이블 기회비용을 태우는 건 사실상 적자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결국 유튜브 금지라는 다소 거친 표현은, 생존을 위해 회전율을 높여야만 하는 자영업자의 절박한 몸부림일지도 모릅니다.

서로 “오지 마라”, “안 간다” 하며 날을 세우기보다, 이제는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식당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때입니다.

첫째, 공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가까운 일본처럼 1인용 카운터석(다찌석)이나 칸막이 좌석을 늘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4인석을 쪼개 1인석으로 만들면, 손님은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사장님은 빈 공간 없이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서로 윈윈입니다.

둘째, 메뉴와 가격의 유연화입니다.

혼밥 손님을 위한 1인 세트 메뉴를 구성하거나, 혼자 4인 테이블을 이용할 경우 약간의 자리세 개념으로 1~2천 원을 더 받는 방식도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단골손님은 혼자 와서 미안한 마음에 늘 2인분을 시키고 밥은 하나만 달라고 하신다는데, 이런 배려가 강요될 순 없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매너 있는 혼밥 문화입니다.

식당이 바쁜 시간대(피크타임)를 피해 방문하거나, 식사를 마쳤으면 다음 손님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빨리 먹고, 현금 결제하고, 반찬 리필 자제하며 감사 인사를 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식당 운영에 지장을 줄 정도로 오래 머무는 것은 자제하는 미덕이 필요하겠죠.

혼밥을 잘 즐기는 것이 은퇴 후의 행복을 좌우한다는 말처럼, 혼밥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식당은 변화하는 손님 층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손님은 그 공간의 규칙과 사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만날 때, 비로소 유튜브 금지 같은 살벌한 안내문은 사라지지 않을까요?

오늘 점심, 혹시 혼자 식당을 찾으신다면 스마트폰 속 세상보다는 내 앞의 따뜻한 밥 한 끼, 그리고 그 공간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분주함에 잠시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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