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이제 돈 쓸 일도 줄어들겠지!” 많은 직장인이 막연하게 품는 기대입니다.
회사에 얽매여 있던 지출, 예를 들어 교통비, 점심값, 품위유지비 등이 사라지니 당연한 예상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과연 현실도 그럴까요?
은퇴 선배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여다보면 은퇴 후 생활비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방정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현명하게 지출을 줄여나가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오히려 현역 시절보다 더 많은 돈을 쓰거나 예상치 못한 지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소비
은퇴 후 가장 큰 변화는 고정 수입의 실종입니다. 매달 통장에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지면 소비 습관은 자연스럽게 방어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단순히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려는 합리적인 선택에 가깝습니다.
한 은퇴자는 자동차를 처분하고 버스, 지하철, 걷기(BMW: Bus, Metro, Walking)로 생활하며 연간 500만 원 이상을 절약했다고 말합니다.
비싼 골프 라운딩 대신 가까운 산을 오르고 외식보다는 집에서 직접 만든 요리를 즐기며 새 책을 사기보다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중고 서적을 활용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각자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만남의 횟수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소득 감소는 활동 반경과 소비 패턴의 축소로 이어지며 생활비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 됩니다.
시간은 많아지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반면, 은퇴 후 생활비가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입니다.
직장 생활에 묶여 미뤄왔던 것들을 하나씩 시도하면서 지출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특히 은퇴 초반에는 보상 심리로 인해 장기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두 달씩 해외에 머물며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한달살기는 많은 은퇴자의 로망이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됩니다.
또한, 늘어난 여가 시간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거나, 지인들과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외식비나 경조사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기도 합니다.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생활 수준을 하루아침에 낮추는 것이 정서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도 생활비가 줄어들지 않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계획에 없던 진짜 복병들
부모 부양과 자녀 지원, 은퇴 생활비 계획을 세울 때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진짜 복병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 관련 지출입니다.
첫째는 연로하신 부모님 부양 문제입니다.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는 큰 부담이 아니지만, 갑자기 편찮으시기라도 하면 병원비와 간병비는 상상 이상의 무게로 다가옵니다.
한 가정의 재정을 뒤흔들 만큼 큰 지출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 정신적인 고통까지 동반합니다.
둘째는 다 큰 줄 알았던 자녀 문제입니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했다고 해서 부모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 자금을 보태주거나 맞벌이하는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면서 예상치 못한 지출이 계속 발생합니다.
손주들에게 쓰는 돈은 아깝지 않지만, 이 역시 은퇴 자금을 잠식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건강과 현명한 소비
결국 은퇴 후 생활비는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은퇴 생활을 영위하는 선배들의 경험 속에서 몇 가지 공통적인 지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건강이 최고의 재테크라는 것입니다.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은 병원비를 아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삶의 질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토대입니다.
둘째, 현명한 소비 습관을 미리 기르는 것입니다. 젊을 때부터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습관은 은퇴 후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한 충격을 완화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상의 투자 전문가를 경계해야 합니다. 은퇴 자금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이용해 접근하는 사기꾼들이 많습니다.
해박한 지식으로 포장된 달콤한 유혹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은퇴는 돈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막연한 기대나 불안감에 휩싸이기보다는 먼저 길을 걸어간 선배들의 현실적인 조언에 귀 기울이고 자신만의 생활 방식을 찾아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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