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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커버드콜 ETF, 월세 받는 건물일까? 성장 없는 저축일까?

최근 은퇴를 준비하시거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원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버드콜 ETF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매달 통장에 따박따박 꽂히는 높은 분배금은 마치 월세를 받는 건물주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특히 주식을 팔아 생활비를 마련할 때마다 자산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가진 분들에게, 주식 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금이 생긴다는 점은 거부하기 힘든 매력입니다.

하지만 이 달콤함 뒤에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현실이 숨어있습니다.

그래서, 커버드콜이 도대체 뭔가?

내가 어떤 주식(기초자산)을 50,000원에 가지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때 다른 투자자에게 “이 주식을 한 달 뒤에 55,0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1,000원에 파는 것입니다.

  • 주가가 횡보하거나 조금 오르면 (예: 52,000원): 권리를 산 사람은 55,000원에 살 이유가 없으니 권리를 포기합니다. 나는 주가 상승분 2,000원과 옵션 판매 수익 1,000원을 더해 총 3,000원의 이익을 봅니다. 이것이 커버드콜이 횡보장에서 강한 이유입니다.
  • 주가가 하락하면 (예: 45,000원): 권리 구매자는 당연히 권리를 포기합니다. 나는 주가 하락으로 5,000원 손실을 봐야 했지만, 미리 받아둔 옵션 판매 수익 1,000원 덕분에 손실이 4,000원으로 줄어듭니다. 하락장에서 손실을 일부 방어해 주는 효과입니다,
  • 주가가 크게 오르면 (예: 60,000원): 권리를 산 사람은 약속대로 55,000원에 내 주식을 사 갑니다. 나는 주가 상승분(55,000원-50,000원) 5,000원과 옵션 판매 수익 1,000원을 더해 6,000원을 법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었다면 10,000원을 벌 수 있었죠.

이것이 커버드콜의 상방이 막혀있다는 치명적인 한계입니다.

데이터상의 수익률을 떠나

커버드콜 투자자들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것은 바로 심리적 안정감’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덜 먹고 마음 편하게 살려구요, 분배금 받으면서 마음이 편해요라며 입을 모읍니다.

매달 예측 가능한 현금이 들어오고 이 돈을 재투자해 주식 수를 늘려나가면 다음 달 분배금이 더 늘어나는 복리 효과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가 수익률 30%에 연 17% 배당 수익을 얻고 있다는 경험담처럼,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기초자산의 상승과 높은 분배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듯한 만족감을 주기도 합니다.

성장의 기회와 수수료

커버드콜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지수나 주식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투자한다면 커버드콜은 그 성장의 과실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를 가집니다.

SPY, QQQ, NVDA 등 대부분의 차트에서 볼 수 있듯 장기적으로는 기초자산을 그대로 보유한 쪽의 총수익률이 커버드콜 ETF를 압도합니다.

여기에 숨겨진 비용인 운용보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일반 나스닥100 추종 ETF의 보수가 0.12%라면, 커버드콜 ETF는 0.49%로 4배나 비쌉니다.

이 작은 차이가 10년, 20년 쌓이면 무시 못 할 수익률 격차로 돌아옵니다. 결국 100마리의 닭이 매일 100개의 알을 낳지만 정작 어미 닭은 비실비실해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필자의 비유는 매우 핵심적인 지적입니다.

약일까, 독일까?

지수를 추종하며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하는, 목적이 분명한 금융 상품입니다.

당신에게 약이 될 경우, 당장 매달의 현금 흐름이 중요하고 주가가 오를 것 같은 기대감에 보유 자산을 차마 팔지 못하는 은퇴자에게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자산의 등락에 신경 쓰지 않고 꾸준한 배당금을 받으며 심리적 평화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커버드콜은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당신에게 독’이 될 경우, 이제 막 자산을 형성해나가는 사회초년생이나 장기적인 자산 증식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에게 커버드콜은 맞지 않는 옷일 수 있습니다. 상승장의 단맛을 포기하고 비싼 보수를 내가면서까지 투자할 필요는 없습니다.

차라리 꾸준히 지수 ETF를 모아가며 필요할 때마다 일부를 매도해 자가 배당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유리합니다.

투자의 세계에 완벽한 정답은 없습니다. 커버드콜의 화려한 분배율 뒤에 가려진 기회비용을 명확히 인지하고, 나의 투자 목표와 성향에 맞는지를 신중히 고민한 후 결정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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