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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 주가에 투자하는 건 기회일까? 도전일까?

2024년과 2025년 초, 2차전지 소재 기업 엘앤에프(L&F)를 둘러싼 시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에 가까웠다.

한때 K-배터리 신화의 주역으로 불리며 가파른 성장을 구가하던 기업의 이름 앞에는 어닝 쇼크, 재고 부담, 수요 절벽과 같은 잿빛 수식어들이 따라붙었다.

위기? 기회인가?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불안감으로 바뀌었고 주가는 그 심리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이 폭풍의 실체는 무엇이며 과연 엘앤에프는 이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현재의 위기는 회복 불가능한 침몰의 전조일까? 아니면 더 큰 항해를 위한 일시적인 시련일까?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은 냉혹하다. 엘앤에프는 2023년 4조 6,44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2,22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위기는 2024년에 더욱 심화되었다.

연간 매출은 1조 9,075억 원으로 반토막 났고 영업손실은 무려 5,102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러한 부진은 2025년 1분기에도 이어져 3,648억 원의 매출에 1,40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이은 대규모 적자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고 회사의 시가총액은 급격히 감소했다.

이러한 재무적 재앙은 세 가지 악재가 동시에 덮치면서 발생했다.

첫째,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이 캐즘(Chasm), 즉 일시적 수요 정체기에 빠지면서 전방 산업의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었다. 자동차가 팔리지 않으니 배터리 주문이 줄고 자연스레 핵심 소재인 양극재 출하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설상가상으로 리튬, 니켈과 같은 핵심 원자재 가격이 폭락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장기적으로 원가 부담을 줄여주는 긍정적 신호일 수 있지만 이미 비싼 가격에 원재료를 대량으로 매입해 둔 제조사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세 번째,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재고자산 평가손실이라는 폭탄이 터졌다. 엘앤에프는 과거 원자재 가격이 높을 때 구매해 둔 재고의 가치를 현재의 낮은 시세에 맞춰 회계상으로 재평가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규모의 평가 손실이 발생했고 이는 고스란히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주범이 되었다.

일례로 2023년 한 해에만 리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재고 자산 감액 손실이 2,503억 원에 달했을 정도다. 이는 실제 현금 유출이 없는 회계상의 손실이지만,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폭풍우가 몰아치는 갑판 위에서도 하늘이 개고 있다는 신호는 감지된다. 가장 중요한 지표인 제품 출하량은 이미 2024년 3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에 진입했으며 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11% 성장했다. 더 나아가 엘앤에프는 일부 전기차 고객사들의 수요 회복에 힘입어 2025년 연간 제품 출하량 목표치를 당초 계획했던 전년 대비 30% 상향에서 40% 상향으로 높여 잡았다.

이는 재무제표라는 후행 지표의 그림자와 실제 사업 현장의 선행 지표인 주문량 회복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회계 장부상의 폭풍은 여전히 거세지만 실제 사업의 바람은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엘앤에프의 미래는 이 두 지표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흔들리지 않는 기술의 닻

기업의 가치가 단기적인 재무 성과에 따라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 본질적인 경쟁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엘앤에프가 거대한 재무적 폭풍 속에서도 침몰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근간에는 기술력이라는 묵직한 닻이 있다.

특히 에너지 밀도 경쟁이 치열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엘앤에프의 하이니켈(High-Nickel) NCMA 양극재 기술은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Super-Gap) 영역을 구축했다. 엘앤에프의 역사는 곧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한다.

회사는 2007년 니켈 함량 50%의 NCM 양극재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니켈 70% NCM 양극재, 2020년에는 니켈, 코발트, 망간에 알루미늄(A)을 더해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니켈 90% NCMA 양극재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2년에는 니켈 함량을 92%까지 끌어올린 NCMA 양극재를 다시 한번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양산에 성공하여 글로벌 시장에 공급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독보적인 기술력 덕분에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고객 중 하나인 테슬라에 NCMA 양극재를 단독으로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

하이니켈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양극재에서 니켈 함량이 높아질수록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증가하여, 한 번 충전으로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니켈 함량이 높아지면 안정성이 떨어져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거나 화재 위험이 커지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엘앤에프의 진정한 경쟁력은 바로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있다. 최근 회사가 선보인 하이니켈 복합 양극활물질은 기존의 다결정(Polycrystal) 구조와 입자 하나하나가 단일 구조를 이루는 단결정(Single-crystal) 기술을 복합적으로 적용한 혁신적인 제품이다.

이 기술은 충·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억제하고 구조적 안정성을 극대화하여 높은 에너지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엘앤에프의 기술적 닻은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회사는 이미 니켈 함량 95%의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를 개발하고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46파이(직경 46mm 원통형) 배터리용으로 상용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는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선두 업체들의 차세대 배터리 로드맵에 엘앤에프의 기술이 깊숙이 연동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술적 리더십은 단순한 제품의 우수성을 넘어, 엘앤에프에게 강력한 전략적 자산을 제공한다. 전기차 시장은 점차 고성능·프리미엄 시장과 가성비 중심의 보급형 시장으로 양분되고 있다. 보급형 시장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빠르게 전환되는 동안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주행거리가 곧 경쟁력이기에 하이니켈 양극재에 대한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

엘앤에프는 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수년간의 기술 격차를 통해 확고한 해자를 구축했다. 경쟁사들이 이제 막 추격을 시작하는 동안 엘앤에프는 이미 다음 세대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이는 향후 원자재 가격 변동과 같은 외부 충격이 완화되었을 때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과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협상력의 원천이 된다.

즉, 엘앤에프의 기술력은 단기적인 재무적 부진을 상쇄하고 장기적인 수익성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앵커인 셈이다.

LFP와 고객 다변화

굳건한 기술의 닻이 배를 안정적으로 지탱해 준다면 새로운 항해를 위해서는 바람을 받아 앞으로 나아갈 돛이 필요하다. 엘앤에프는 최근의 위기를 교훈 삼아 기존의 항로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의 바람을 잡기 위한 두 개의 돛을 힘차게 올리고 있다.

첫 번째 돛은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의미하는 LFP 양극재 사업 진출이며, 두 번째 돛은 사업 안정성 강화를 위한 고객 다변화 전략이다.

이 두 가지 전략적 전환은 엘앤에프를 특정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외돛배에서 다양한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쌍돛배로 변모시키고 있다.

첫 번째 돛, LFP 양극재 시장으로의 공세는 시대적 흐름에 대한 필연적인 대응이다. 회사는 중저가 EV 시장 공략의 필요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하이니켈 NCMA가 긴 주행거리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했다면 LFP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높은 안정성, 긴 수명을 무기로 보급형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엘앤에프는 이 거대한 시장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결정했다. 계획은 구체적이고 신속하다. 이미 대구 구지 3공장에 LFP 양극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여 고객사들을 위한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테스트를 완료했다. 목표는 2026년 국내에서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실제 양산을 눈앞에 둔 가시적인 사업 계획이다.

두 번째 돛은 오랜 약점으로 지적되던 고객 편중 문제를 해결하는 고객 다변화다. 과거 엘앤에프 매출의 70~80%가 LG에너지솔루션을 거쳐 테슬라로 향하는 단일 공급망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 구조는 특정 고객사의 수요 변화에 회사의 실적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고 이는 최근의 실적 악화로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엘앤에프는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 신호탄은 SK온과의 초대형 장기 공급 계약이었다.

엘앤에프는 SK온과 2030년까지 약 30만 톤, 금액으로는 13조 1,910억 원에 달하는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2023년 연간 매출액의 339%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로, 회사의 고객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다.

이 물량은 SK온을 통해 포드, 현대자동차그룹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익명의 또 다른 글로벌 OEM과도 3조 5,184억 원 규모의 차세대 니켈 95% 양극재 중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나아가 2025년부터 5년간 약 2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유럽 고객사와의 신규 수주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엘앤에프가 특정 고객의 벤더를 넘어 다수의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들에게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독립적인 강자로 거듭나고 있음을 증명한다.

특히 이 새로운 계약들에는 2024년의 재무적 악몽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엘앤에프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바로 사급(Toll-manufacturing) 계약 방식의 확대다. SK온과의 계약은 고객사가 원재료를 직접 조달해 엘앤에프에 공급하면 엘앤에프는 여기에 자사의 기술력을 더해 양극재로 가공해주고 그에 대한 대가(가공비)를 받는 구조로 알려졌다.

이 방식 하에서 엘앤에프는 더 이상 리튬, 니켈 가격의 등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원자재 가격 변동 리스크는 고객사에게 이전되고 엘앤에프는 안정적인 가공 마진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때 얻을 수 있는 초과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가격이 폭락해도 2024년과 같은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피할 수 있는 강력한 위험 분산 장치다. 이는 회사가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변화다.

IRA와 공급망 재편의 수혜

기업의 운명은 내부의 역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때로는 외부에서 불어오는 거대한 바람이 기업의 돛을 채워 예상치 못한 속도로 나아가게 한다. 지금 엘앤에프에게는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이라는 강력한 순풍이 불어오고 있다.

IRA는 단순한 친환경 정책을 넘어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중심의 전기차 및 배터리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명확한 의도를 가진 산업 정책이다. 그리고 이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로 바로 엘앤에프와 같은 한국의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지목되고 있다.

IRA의 핵심은 두 가지 축으로 움직인다. 하나는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 AMPC), 다른 하나는 해외우려단체(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 규정이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에게 직접적인 세금 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양극재와 같은 핵심 활물질의 경우 생산 비용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액공제 형태로 돌려받는다. 이는 사실상 미국 정부가 생산 원가의 10%를 보조해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며 기업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다.

반면, FEOC 규정은 이 혜택의 문턱을 만드는 장벽 역할을 한다. 중국 정부와 연관된 기업을 지칭하는 FEOC가 만든 배터리 부품을 사용할 경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나 AMPC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는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배제하려는 강력한 조치다. 이 두 가지 제도가 결합되면서 미국 시장은 비(非)중국산 소재를 사용하는 기업에게는 막대한 혜택을,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는 기업에게는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독특한 운동장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엘앤에프의 전략은 빛을 발한다. 회사는 2027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북미 지역에 대규모 LFP 양극재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는 IRA의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적 포석이다. 엘앤에프는 한국 기업으로서 FEOC 규제에서 자유롭다. 따라서 미국 땅에서 LFP 양극재를 생산하면 생산 비용의 10%를 AMPC로 환급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Made in USA 양극재는 IRA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미국 및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엘앤에프의 양극재를 사용해야만 자신들이 만든 전기차가 최종 소비자 보조금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획은 단순한 구상에 그치지 않는다. 엘앤에프는 이미 미국 현지 LFP 배터리 기술 기업인 미트라켐(Mitra Chem)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아워 넥스트 에너지(Our Next Energy, ONE)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북미 LFP 생태계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갖는 의미는 매우 심대하다.

전 세계적으로 LFP 시장은 CATL, BYD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장악하고 있는 경쟁이 매우 치열한 분야다. 만약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한다면 한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IRA는 미국 시장에 한해 이 경쟁의 룰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FEOC라는 장벽이 중국 기업들의 직접적인 진출을 막아주는 동안 AMPC라는 보조금이 엘앤에프의 원가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높여준다.

결과적으로 엘앤에프의 미국 LFP 사업은 저마진의 치킨 게임이 아니라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받는 고수익 잠재 사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중국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엘앤에프가 지정학적 흐름을 정확히 읽고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핵심 변수들

엘앤에프의 주가 전망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마치 잔잔한 바다와 폭풍우 치는 바다의 사진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과 같다. 한편에서는 재무제표에 기록된 막대한 손실과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라는 거친 파도가 여전히 위협적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 성공적인 고객 다변화, 그리고 IRA라는 강력한 순풍이 희망의 돛을 가득 부풀리고 있다. 따라서 엘앤에프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 리스크와 장기적 잠재력 사이의 치열한 줄다리기 결과를 예측하는 것과 같다.

현명한 투자자는 어느 한쪽에 맹목적으로 베팅하기보다 이 줄다리기의 향방을 알려줄 핵심 변수들을 주시하며 항해의 방향을 결정하는 조타수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곰 진영(Bear Case)의 주장은 명확하고 현실적이다. 회사는 2024년과 2025년 1분기에 걸쳐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이로 인해 재무 건전성은 악화되었다.

2023년 말 201.94%였던 부채비율은 2025년 3월 말 기준 367.42%까지 치솟았다. 전기차 시장의 회복세가 아직은 취약하며 한국과 미국에 대규모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행 리스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반면 황소 진영(Bull Case)의 근거는 더욱 구조적이고 장기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니켈 기술력이라는 강력한 해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지위를 보장하며 LFP 양극재와 SK온 및 글로벌 OEM이라는 새로운 돛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안정시키고 확장시켰다. 수십 조 원에 달하는 장기 공급 계약은 향후 수년간의 매출 가시성을 확보해주었으며 미국 IRA 정책은 가장 큰 경쟁자인 중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막대한 보조금을 약속하는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있다.

다수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최근의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수 의견과 현재 주가 대비 상당한 상승 여력을 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엘앤에프의 주가는 이 두 힘의 균형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막연한 기대나 공포 대신,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항해 지표들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수익성 변곡점 확인: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사업의 체력 회복 여부다. 재고자산 평가손실 환입과 같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고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되는 분기가 언제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는 원자재 가격 안정화와 출하량 회복이 맞물리며 나타날 것이며 회사의 본원적 이익 창출 능력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가장 명확한 신호가 될 것이다.

  • LFP 프로젝트의 구체화: 북미 LFP 공장 건설 계획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주시해야 한다. 공장 부지 선정, 착공, 주요 설비 발주와 같은 가시적인 진전과 함께 향후 생산될 물량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들과 구속력 있는 구매 계약(Off-take agreement)을 체결했다는 소식은 LFP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핵심적인 촉매제가 될 것이다.
  • 신규 계약의 이행 및 확장: SK온과 다른 글로벌 OEM을 향한 양극재 출하가 계약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 분기별 실적 발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유럽 고객사와의 추가적인 대규모 계약이 성사된다면 이는 엘앤에프의 성장 스토리에 강력한 확신을 더해줄 것이다.
  • 재무 건전성 관리: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부채비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은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투자 유치, 혹은 정책 금융 활용 등 재무구조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성장을 이어나가는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엘앤에프는 분명 깊고 거친 폭풍의 바다를 지나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는 더욱 튼튼해졌고 새로운 돛을 달았으며 가야 할 신대륙의 해도까지 확보했다.

이제 남은 것은 조타수인 경영진이 이 핵심 변수들을 슬기롭게 관리하며 배를 순항시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파도에 멀미하기보다, 이정표가 될 등대를 주시하며 긴 호흡으로 항해에 동참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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