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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아닌 증권사에 주목하는 이유

남들이 엔비디아의 다음 행보를 예측하고, AI 반도체 수혜주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 때, 조금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고 있습니다. 바로 증권사입니다.

요즘 같은 장에 무슨 증권주냐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판이 바뀌는 거대한 흐름, 즉 머니 무브(Money Move)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왜 수많은 종목 중 유독 미래에셋증권이라는 한 놈만 패고(?) 있는지…

AI 전용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 데 수십 조 원이 듭니다. 그걸 수백 개를 짓겠다고 하죠. 여기에 전력을 공급할 원전 수십 기를 짓는 비용은 또 어떻고요.

과거에는 이런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국가(세금, 국채)나 은행(대출)이 감당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판이 너무 커졌습니다. 은행 대출만으로는 이 거대한 AI 혁명의 청구서를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죠.

결국 이 자금은 민간 자본, 즉 사모펀드와 증권사의 모험 자본에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금산분리 완화 이야기가 솔솔 나오는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자본시장의 빗장이 풀리고 기업 금융의 판이 커지는 그 순간, 돈이 흘러가는 길목(Gateway)을 지키고 있는 녀석이 가장 큰 수혜를 봅니다.

그게 증권사라고 봅니다.

투자 공부를 하다가 흥미로운 지배구조의 사슬을 발견했습니다. 일종의 뇌피셜일 수도 있지만, 팩트에 기반한 추론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한국의 플랫폼 공룡 네이버의 2대 주주입니다. 그 네이버는 미래에셋증권의 2대 주주죠.

반대로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의 잠재적 3대 주주입니다. 여기에 두나무(업비트)와의 연결고리까지..

블랙록이 20년 전 ETF 시장을 열며 금융의 판을 바꿨듯, 이번에는 사모펀드의 대중화와 새로운 자본 조달 방식을 통해 또 한 번 판을 흔들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

이 거대 자본들이 서로 얽혀 있는 구조, 그 한복판에 미래에셋이 서 있다는 점이 단순한 감을 넘어선 확신을 줍니다.

물론 리스크도 있습니다.

증권주는 장 안 좋으면 끝 아니냐는 반론이죠. 맞습니다. 거래 수수료에만 의존하는 증권사라면 하락장은 지옥입니다.

개미들이 떠나면 실적이 박살 나니까요. 하지만 미래에셋을 달리 보는 이유는 탈(脫) 브로커 행보 때문입니다.

전체 수익의 약 1/3이 해외에서 나옵니다. 80년대 일본 자금이 세계를 휩쓸 때 노무라 증권이 컸던 것처럼, 해외 네트워크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스페이스X에 7000억 원을 태운 야성, 네이버와의 지분 동맹 등은 단순 중개인이 아니라 스스로 플레이어임을 증명합니다.

거래 수수료 비중은 줄어들고, 자산운용과 이자 수익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이는 하락장에서도 버틸 체력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면서 들어올 수수료 수익과, 초대형 투자은행(IMA) 지정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미래 먹거리는 충분해 보입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오너 리스크, 혹은 K-디스카운트입니다.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주주 친화적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처럼 화끈한 주주 환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죠.

하지만 강제된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7년에 걸쳐 유동 주식의 1/6에 달하는 자사주 1억 주를 소각한다는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법 개정으로 합병 과정에서 생긴 자사주까지 강제 소각하게 된다면? 주당 순이익(EPS)은 드라마틱하게 올라갑니다.

오너가 주주 친화적이지 않더라도, 제도와 시장의 압력이 그들을 주주 친화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시점입니다.

코스피 지수가 지지부진하고 증권주가 소외받는 지금이 어쩌면 기회일지 모릅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말처럼 시베리아 기압골을 분석하느라 머리 싸매지 말고, 추워지기 전에 코트를 사두는 것이 투자의 본질 아닐까요?

특히 우선주를 모아가고 있습니다. 본주와의 괴리율이 크고 배당 매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만약 상법 개정으로 우선주의 주주 권리가 강화된다면, 그 갭이 줄어들면서 시세 차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겠죠. 설령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꼬박꼬박 들어오는 배당으로 버티면 그만입니다.

결론적으로, 당장의 주가 등락을 맞출 능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본은 가치를 수렴하고, 가치는 구조를 수렴한다는 말은 믿습니다.

AI와 데이터센터, 그리고 변화하는 금융 환경이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미래에셋증권은 꽤 매력적인 파이프라인으로 보입니다.

공부는 사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는 드러켄밀러의 말처럼, 일단은 이 거대한 흐름에 발을 담그고 지켜보려 합니다. 코스피 5000의 시대, 과연 웃는 자는 누가 될까요?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아이디어와 생각의 정리일 뿐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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