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곧 성인이 되는 시점, 지난 세월 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만 지급된 양육비를 떠올립니다.
아이가 어릴 때 법원에서 최저 금액으로 결정된 양육비는 단 한 번도 증액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렀습니다.
밀리고 밀린 양육비가 수천만 원에 달하지만, 그 돈을 받기 위해 쏟아야 하는 시간과 감정적 에너지를 생각하면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비양육자는 고가의 취미 생활을 즐기는 모습이 온라인에 버젓이 드러나지만, 정작 양육비 지급을 피하기 위해 주소지를 옮기고 연락을 피하는 데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많은 한부모 양육자들은 깊은 딜레마에 빠집니다.
아이의 당연한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의무감과 이 지난한 싸움을 끝내고 내 삶의 평화를 찾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죠.
이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의 권리, 양육자의 정신적 안녕, 그리고 부모로서의 책임감이라는 복잡한 가치가 얽힌 문제입니다.
포기하고 싶은 이유들
청구 소송은 그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소송을 위해 서류를 준비하고 법원을 오가는 과정에서 드는 시간과 비용은 고스란히 양육자의 몫입니다. 어렵게 법적 절차를 밟아도 상대방이 재산을 숨기거나 지급을 회피하면 수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입니다.
한 번에 몇십만 원을 받기 위해 1년 가까이 소송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은 많은 이들을 지치게 만듭니다.
요즘 물가에 몇십만 원은 괜찮은 외식 한 번이면 사라지는 돈이라며, 차라리 그 돈을 포기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나중에 자녀에게 부양 의무가 생기거나 비양육자의 빚이 상속될 것을 우려해 관계 단절의 증거로 삼고자 일부러 양육비를 받지 않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양육비를 받자고 상대방의 팔다리를 다 자르는 것 같아 아무런 조치 없이 홀로 아이들을 키워왔다는 한부모의 고백은 이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 감정을 동반하는지 보여줍니다.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이유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양육자들이 싸움을 계속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양육비는 아이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판결에서 판사가 양육비는 모든 지출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하며, 남는 돈으로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던 말처럼, 이는 부모가 자녀에게 져야 할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내 아이가 단 1분이라도 더 편할 수 있다면이라는 마음으로 힘든 소송을 이어가는 것은, 돈을 떠나 자녀를 위한 부모의 사랑 표현이기도 합니다.
둘째, 법적 조치를 통해 상대방에게 책임을 일깨워줄 수 있습니다. 직접 양육비를 요구하는 것과 법원의 명령은 무게가 다릅니다. 감치, 운전면허 정지, 여권 발급 제한 등 법적 제재는 비양육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어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양육비이행관리원 등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자 일부라도 양육비를 지급받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셋째, 나의 한 걸음이 다른 한부모 가정을 위한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법적 책임을 묻는 사례가 쌓일 때, 양육비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나의 싸움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모든 한부모 가정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은 큰 동력이 됩니다.

받아내는 것을 넘어 기록하는 것으로
양육비 소송의 목표를 돈을 받아내는 것에서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기록하는 것으로 전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장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법적 절차를 통해 미지급 사실을 꾸준히 기록해두는 것입니다. 이는 훗날 자녀가 성인이 되어 자신의 권리를 직접 주장하거나, 앞서 언급된 부양 의무 문제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소송의 과정을 감정 소모적인 싸움이 아닌, 아이를 위한 권리 증빙 자료를 축적하는 과정으로 재정의한다면 심리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습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나 무료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으면 초기 서류 접수 외에는 시간과 노력을 크게 들이지 않고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양육비를 둘러싼 싸움에 정답은 없습니다.

소송에 따르는 정신적 고통과 현실적인 어려움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따라서 싸움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삶을 돌보는 선택 역시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그 힘겨운 발걸음이 단순히 돈 몇 푼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아이의 권리를 지키고, 비양육자에게 책임을 묻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의미 있는 과정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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