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의 삶을 그릴 때면 으레 등장하는 풍경이 있습니다. 탁 트인 바닷가나 조용한 숲속,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노는 푸른 잔디 마당이 딸린 그림 같은 집이죠.
아파트의 층간 소음과 빽빽한 주차난에서 벗어나 흙을 밟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은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로망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아파트를 처분하고 전원주택으로 떠난 사람들의 삶은 과연 꿈과 같기만 할까요?
사람들이 전원주택을 찾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가장 큰 선물은 아파트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자유’입니다. 늦은 밤 세탁기를 돌려도 아이나 반려견이 조금 시끄럽게 굴어도 눈치 볼 필요가 없습니다.
내 집 마당에서 숯불을 피워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나만의 텃밭을 가꾸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전원생활의 상징적인 특권입니다.
많은 이들이 자연과 가까이 지내며 삶의 질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땅을 밟고,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는 깊은 만족감을 표현하기도 하죠.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 집을 가꾸는 일이 귀찮음이 아닌,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숨은 현실적인 문제들
하지만 낭만적인 전원생활의 이면에는 혹독한 현실이 존재합니다. 경험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벌레와 잡초와의 전쟁입니다.
여름이면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를 제거해야 하고 온갖 벌레들의 출몰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또한, 아파트 관리실이 해주던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겨울철 보일러 동파 문제부터 시작해서 집 안팎의 자잘한 고장 수리까지 모두 내 몫이 됩니다.
손재주가 없고 부지런하지 않다면 전원생활은 축복이 아닌 고역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많았습니다.
더불어 나이가 들수록 병원이나 대형 마트 같은 편의시설과의 거리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환금성을
전원주택 이전을 고민할 때 감성적인 로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이성적인 계산입니다. 많은 전문가와 경험자들이 시골 부동산은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즉 나중에 집을 팔고 싶을 때 아파트처럼 쉽게 팔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섣불리 도시의 아파트를 팔고 시골 주택에 올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전 재산이 묶여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골 주택에 과도한 투자를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일단 살아보기
그렇다면 이 간극을 줄일 현명한 방법은 없을까요? 공통적으로 제시된 가장 현실적인 해답은 바로 일단 살아보는 것입니다.
전 재산을 투자해 집을 덜컥 사기 전에, 원하는 지역에서 최소 1년 정도 월세나 연세로 살아보며 사계절을 모두 겪어보라는 조언입니다.
제주도 한 달 살기처럼 단기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내가 정말 전원생활의 불편함(벌레, 집 관리, 인프라 부족 등)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때,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있는 전세보다는 보증금이 적은 월세로 살아보는 것이 더 안전한 방법이라는 구체적인 팁도 있었습니다.
둘 다 잡는 방법은 없을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선택하기 어렵다면 절충안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많은 이들이 수도권 아파트는 그대로 두고 주말주택(세컨드 하우스) 형태로 5도2촌(5일은 도시, 2일은 농촌) 생활을 하는 것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또한, 너무 외딴 시골보다는 병원, 마트 등 기반 시설이 갖춰진 도농 경계 지역이나 신도시의 단독주택 단지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예 관리가 편한 숲세권 아파트나 전원형 아파트를 선택해 전원생활의 장점만 누리는 것도 현명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은!
아파트와 전원주택,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끝없는 노동인 잡초 뽑기와 집수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건강을 지키는 소일거리이자 성취감을 주는 즐거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모든 선택은 내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 어떤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성급한 결정보다는 충분한 체험과 고민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한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다른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