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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를 대하는 세대의 시선

지인들과의 반가운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총무 역할을 맡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예상되는 30만 원이 훌쩍 넘는 식사 비용에 부담을 느껴 참가비 3만 원을 제안했다가 “치사하다”는 핀잔을 듣게 되면 마음 한편이 서늘해집니다.

식사나 술자리의 비용이 예전 같지 않게 부담스러워진 요즘 단순히 좋은 마음으로 모임을 주선했을 뿐인데 마치 계산을 떠넘기려는 사람처럼 비치는 상황은 씁쓸함을 남깁니다.

특히 모임을 소집한 사람이 계산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는 주선 자체를 망설이게 만드는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더치페이를 대하는 세대의 시선

유독 중년 이상의 남성 모임에서는 더치페이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 시원하게 계산하는 것을 능력이나 남자다움으로 여기는 문화 속에서 각자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어색하고 낯선 풍경일 수 있습니다.

반면, 여성들의 모임이나 젊은 세대에서는 더치페이가 훨씬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성별이나 나이의 차이를 넘어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한쪽에서는 정과 의리의 표현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합리적이고 평등한 관계 유지를 위한 방식으로 돈을 사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위한

경제적 현실은 더 이상 한 사람의 아량에 기댈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은퇴 후에는 고정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지출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치페이는 치사한 행위가 아니라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관계를 오랫동안 건강하게 이어가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할 수 있지만 뒷말 없이 깔끔하게 정산하는 문화는 결국 모두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모임의 수명을 늘리는 현명한 선택이 됩니다.

더치페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해도 계산대 앞에서의 어색한 순간은 피하고 싶기 마련입니다. 다행히 여러 사람이 경험을 통해 효과적인 해법들을 찾아냈습니다.

정기적인 만남이라면 매달 일정 금액을 회비로 걷어 공동 경비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깔끔합니다.

비정기적인 모임에서는 한 사람이 우선 모든 비용을 결제한 뒤, 총금액을 인원수(1/N)로 나누어 각자에게 계좌이체를 요청하는 방식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 방법은 계산대 앞에서의 실랑이를 없애고, 1차, 2차 비용까지 한 번에 투명하게 정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모임을 공지할 때 아예 예상 장소와 참가비를 명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는 참석자들에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여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줍니다.

“이번엔 내가 살게, 다음엔 네가 사”라는 말은 정겹게 들리지만 종종 관계의 불씨가 되기도 합니다.

매번 모임의 비용이 다르고 누가 언제 샀는지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에 은연중에 불공평하다는 감정이 싹틀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언제나 얻어먹기만 하는 ‘얌체’ 같은 사람이 존재할 때입니다. 처음에는 너그럽게 넘어가다가도 반복되는 상황에 결국 그 사람을 제외하고 약속을 잡게 되는 등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풀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행위가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인덕과 사회적 자산으로 돌아온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선택과 역량의 영역이지, 모든 모임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규칙은 아닙니다.

특히 베푸는 행위가 당연한 의무처럼 여겨지거나 누군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형태로 나타날 때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논쟁의 핵심은 돈 그 자체가 아니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변화 과정입니다.

서로의 주머니 사정을 존중하고 누구에게도 일방적인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노력은 관계를 더욱 수평적이고 단단하게 만듭니다.

정기적인 회비를 걷든, 총무를 정해 1/N로 정산하든, 그 방식은 모임의 성격에 맞게 정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돈 문제로 감정이 상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는 즐거운 시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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