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심리 싸움이다.” 이 말은 가족을 통해 온몸으로 체감했습니다.
숫자로 된 수익률 그래프나 장밋빛 미래 예측은 적금과 예금이라는 안전지대에 단단히 뿌리내린 아내에게는 그저 소음일 뿐이었죠.
이게 수익률이 훨씬 좋아라는 제 말은 아내의 원금손실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을 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장난처럼 손실 나면 손실액의 두 배를 내 돈으로 채워줄게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을 때도, 아내는 단호했습니다.
당신 돈도 내 돈이고, 내 돈도 내 돈인데, 결국 우리 돈이 줄어드는 건 똑같잖아? 이 논리적인 반격 앞에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건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요.
설득이 아닌 경험을 선물
가족에게, 특히 배우자에게 투자를 권하는 것은 단순히 더 나은 재테크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상대방이 가진 돈에 대한 가치관, 두려움 그리고 삶의 방향을 함께 조율해나가는 과정입니다. 실패의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설득이 아니라 경험을 선물하기로요.
공짜 돈으로 시작하는 리스크 제로
투자 결혼 후 아내의 명의로 ISA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축의금과 지자체에서 받은 결혼장려금을 합친 2천만 원을 그 계좌에 넣어주었죠. 핵심은 아내의 돈이 아닌, 어떻게 보면 공돈으로 시작하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직접적인 리스크를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 투자가 어떤 것인지 맛볼 수 있는 체험판을 제공한 셈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방법을 사용해 배우자나 자녀의 투자 입문을 돕더군요.
안정감과 성장률을 동시에 잡는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는 아내의 성향을 고려해 세심하게 구성했습니다.
만약 효율만 따졌다면 나스닥 100%에 투자했겠지만, 주식 초보가 감당하기엔 변동성이 너무 큽니다.
아내가 투자의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느끼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배당의 안정감과 성장의 수익률을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월배당 ETF 50%, 그리고 나스닥과 S&P500 지수 추종 ETF를 각각 25%씩 담았습니다.
숫자를 맛있는 치킨으로 바꾸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한 달 뒤, 계좌에 2~3만 원의 배당금이 들어왔습니다.
그 돈을 보여주며 말했죠. 미국 기업들이 우리한테 치킨 먹으라고 용돈 줬네? 그날 저녁, 우리는 배당금으로 치킨을 시켜 먹었고, 아내는 처음으로 투자 수익이 주는 작지만 달콤한 성취감을 맛보았습니다.

숫자로만 존재하던 수익이 ‘맛있는 치킨’이라는 현실의 경험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투자를 통해 함께 그리는 미래
그날 이후 아내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씩 자신의 계좌 앱을 열어 수익률을 확인하고, 배당금이 들어오는 날을 기다리게 되었죠.

물론 모든 관리는 여전히 제 몫이지만, 아내는 더 이상 투자를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적대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장의 흐름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며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최고의 설득은 안전한 성공 경험
가족에게 투자를 권하는 것은 정답이 없는, 어쩌면 가장 어려운 재테크일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혼자 묵묵히 하는 게 속 편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이 과정을 통해 단순히 돈을 불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습니다.

아이가 생긴 미래, 완전한 경제적 자유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경제적 여유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가치관을 맞춰나가는 것
그래서 이 여정은 어렵지만, 재밌고 또 그래서 더 의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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