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경기도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 때문에 실제 거주하는 곳은 시골이고 아마 은퇴 전까지는 이곳에 계속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즉, 이 아파트는 제가 실거주하지 않는, 순수 투자 목적인 셈이죠. 문제는 이 아파트가 요즘 같은 아파트 상승장에도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승장에서도 오르지 않는 자산은 투자가치가 없는 것이고, 이게 바로 그 아파트의 급지를 보여준다는 냉정한 조언도 들었습니다. 이런 자산을 실거주도 못 하면서 계속 가져가는 게 맞나 싶은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최종 목표는 은퇴 후에 서울에서 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단순한 방법은 지금 경기도 집을 팔고, 영혼까지 끌어모아(영끌) 서울 집으로 갈아타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 방법은 전혀 내키지 않습니다.
지금 제 시드로는 서울의 좋은 위치는커녕 평생 원리금을 갚다가 결국 집 한 채로 끝날 것 같은 불안감이 큽니다. 부동산 투자가 주식보다 훨씬 더 인생을 거는 느낌인데, 확신이 서지 않는 곳에 모든 것을 걸고 싶진 않습니다.
미국 지수추종
그래서 고민 끝에 생각한 대안이 바로, 이 아파트를 팔고 그 돈으로 미국 지수추종 ETF에 장기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단기 도박식으로 하려는 건 아닙니다.
최소 15년에서 20~30년 장기로 보고 개별주가 아닌 지수추종만 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VOO나 QQQ 같은 안정적인 지수와 QLD 같은 레버리지 ETF 비중을 8:2나 7:3 정도로 유지하다가, 리먼 브라더스 사태 같은 큰 폭락이 오면 QLD 비중을 높여보는 공격적인 전략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을 두고 제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의견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 타이밍의 문제: 많은 분이 “지금은 집을 팔고 주식에 들어갈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나스닥이 5% 이상 하락하거나 시장 전체가 공포에 질렸을 때나 하는 거지, 지금 들어가면 생각보다 적게 벌 것이라고요.
- 심리적 안정감: “집 한 채는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꼭 필요하다”, “집 없는 부자는 없다”는 말도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수익률을 떠나, 평생 집 한 채 없다는 불안감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 엄청난 변동성: 미국 증시 역시 역사상 반토막이 나기도 했습니다. 전 재산이 -30%, -40%가 되어도 웃으면서 버틸 수 있을까요?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라는 말이 제게 하는 말 같습니다.
- 성공 사례: 실제로 저와 비슷한 고민 끝에 집을 팔고 주식 투자를 실행한 분도 계셨습니다. 한 분은 1년도 안 되어 6억 원의 수익을 달성했고, 집 판 돈으로 원하는 집을 사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하셨죠.
- 지방 거주라는 특수성: 이 계획은 특히 저처럼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서울과 지방의 자산 격차는 이미 따라잡기 힘들게 벌어졌습니다. 지방에 집 한 채를 가지고 있어도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면 ‘벼락거지’가 된 기분이 드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차라리 미국 주식이 더 안전한 자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 어차피 장기투자: VOO나 QQQ 같은 우량한 지수추종 ETF라면 집 팔고 주식 사는 게 낫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고민을 정리하다 보니, 이건 단순히 ‘부동산’이냐 ‘주식’이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투자가치가 낮은 비실거주 자산을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은 자산’으로 바꾸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물론 집이 당장 팔리는 것도 아니니 만약 팔리게 된다면 그 큰돈을 한 번에 넣는 것이 아니라 적립식으로 모아가다 올해 4월 같은 하락장을 기다리는 전략도 필요해 보입니다.
21년부터 QLD로 투자를 해보면서 -40%에서 -60%까지 견뎌본 경험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땐 시드가 적었고, 지금은 제 전 재산이 걸린 문제입니다.

과연 저는 그 정도의 하락을 견딜 멘탈(뚝심)을 가졌을까요? 결국 이 인생을 건 도박은 장기적으로 집값은 떨어지고 나스닥은 우상향할 것이라는 확신에 베팅하는 것입니다.
확신을 가지고 도전해볼지, 아니면 심리적 안정을 택할지. 조금 더 깊은 자기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